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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그루밍 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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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09-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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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족(grooming 族)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그것은 패션과 미용에 많은 투자를 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피부와 두발, 치아 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 남자들인데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남자도 화장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이러한 그루밍 족을 위한 패션과 미용에 관한 정보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 정보는 물론이고 해외 정보와 명품 의류 수선법 등 많은 자료들이 계속해서 뜨고 있다.

 

이러한 그루밍 족의 등장은 여권(女權) 신장으로 인한 남성들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었고, 이에 따라 남성들도 신체자본이라고 표현되는 외모를 잘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고가 자리 잡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그루밍 족은 요즘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놀랍게도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남자도 화장을 했다는 증거는 5대 판소리 중 하나인 '춘향전'에 조선시대 남자들의 화장법이 나와 있는데 글공부 하다 따분해진 이몽룡이 분세수를 하고 놀러 간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분세수란 남자들의 화장법이다. 그렇다면 왜 조선시대 남자들이 분세수를 했을까? 그것은 검고 거친 서민들과 달리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양반을 나타냈던 수단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조선시대 남자들은 이성, 또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얀 피부를 가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분세수를 하는 방법은 먼저 물에 담긴 세숫대야에 흰 쌀가루를 넣고 잘 섞은 다음 피부 구석구석 쌀가루 물로 꼼꼼히 적셔준다. 그리고 쌀가루의 미백성분이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자연광에 말린 후 한 번 더 씻어 내는 것이었다.

 

모든 수컷들은 암컷보다 잘생겼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남성화장품 시장으로 부상되었다고 각 언론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남성화장품 5개 중 1개는 우리나라에서 팔렸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얼마 전 어느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이 화장품 구입에 4억9550만 달러(약 5527억 원)를 지출해 전 세계 남성화장품 매출의 21%를 차지했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을 “성인 남성 인구는 1900만 명에 불과한데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큰 특이한 국가”로 꼽았다.

 

그리고 미국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한국이 남성화장품 중심지로 떠오른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은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치열한 경쟁 사회”라며 직장 생존경쟁과 취업 및 구직난 심화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남성도 생존 전략 차원에서 화장품 사용을 적극 고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몇 백 년 전 우리나라 남자들이나 지금의 남자들이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참으로 지극했다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에 대해 어느 동물학자는 모든 수컷들은 암컷보다 잘생겼다고 하면서 사자나 사슴, 꿩 등 동물 수컷들을 예로 들었다.

 

이 학자는 이어 유사 이래 여자들은 남자보다 못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자들이 화장을 했고, 남자들은 그 반대로 화장에 대해 무관심했지만 사실은 남자들도 예전부터 자신을 가꾸는데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남자는 이레 굶으면 죽고 여자는 열흘 굶으면 죽는다’ 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 견딜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요즘 우리 남성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요즘 같은 외모지상주의시대에 사는 우리나라 남성들 모두가 다 외모에 관심을 가져 성공하면서 파이팅 했으면 좋겠다. 그루밍 족이라고 아무도 욕 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요즘 여성들 파워가 정말로 쎄긴 쎈 모양이다.  * 이관일 (시인,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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