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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두루치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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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3-09-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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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럭저럭 두루뭉술하게 살고 싶다. 혹자는 피해의식에 젖어 그런 생각 하느냐고 하지만 뭐 어떠랴? 지금껏 그리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불황에 솥가마 더위는 더더욱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타는 목마름과 짜증나는 세상살이는 마치 저승이라도 같다온 듯 착잡하다. 그저 간절한 것은 얼음 땀이 알음 알음, 주전자에 담겨있는 막걸리 한 잔이다.

 

고두밥(찐 쌀)과 누룩을 섞어 물을 적당히 붓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킨 뒤 다시 물을 붓고 그대로 막 걸러냈다 하여 붙여진 이름 막걸리. 걸러낸 술이 소주나 청주처럼 맑지 않고 뜨물처럼 탁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탁주. 밥풀이 그대로 동동 떠있는 상태로 하여 채로 걸러내면 동동주, 채로 거르기 전에 곧바로 떠내면 맑은 청주가 되는 막걸리. 이처럼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술은 백약지장(百藥之長), 백독지원(百毒之源)이라 했다. 이는 술을 마시면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풀 수는 있지만 알코올도수가 높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위나 간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걸리는 알코올도수도 낮고 우리 몸에 좋은 효모가 듬뿍 살아 있는 것은 물론 곡주이기 그다지 건강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몇 년 전 대전에 아는 화가의 개인전이 있어 갔는데 뒤풀이로 막걸리집을 찾았다. 그 집의 대표 안주가 바로 두부두루치기였다.

 

나는 그전까지 두루치기라는 단어는 한 가지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쓰는 것, 그래서 두루치기라는 음식은 대충 음식을 한데 섞어 휘휘 저어가면 볶아먹는 음식의 조리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두루치기는 옛날 경상북도 안동의 양반가에서 유래되었는데, 갑자기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신속하게 조리해서 음식을 차리기 위해 온갖 채소(, 시금치, 콩나물, 버섯 등)를 채 썰고 쇠고기(육회모양)를 섞어 뜨거운 불에 빠르게 익히는 음식으로, 절대 볶지도 않으며, 또 돼지고기나 김치가 들어가지 않는 약간의 국물이 있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는 전라도 지방의 전통음식이라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손님이 왔을 때 음식을 재빨리 내놓기 위해 이것저것 볶아 내놓은 음식이 두루치기였다.

 

재료종류에 따라 두부두루치기, 삼겹살두루치기, 쭈꾸미두루치기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두루치기가 지방에 따라 조금 다르다.

 

지금은 대전의 황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한 두부두루치기는 먼저 두부를 팬에 노릇하게 지져내고 돼지고시와 김치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하여 만드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물론 가격도 아주 저렴해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막걸리 안주는 소박해야 된다고 하는데 참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안주다.

 

또 경남지방의 두루치기는 전골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다. 콩나물, 무채, 배추 속 줄기, 박고지 등의 채소와 쇠고기, , 천엽 등의 육류, 표고버섯·송이버섯 등의 재료를 채 썰어 따로따로 볶아서 모은 다음 양념장을 만들어 간을 맞추고, 물을 부어 고기의 국물이 다른 재료에 밸 정도로 끓이다가 쑥갓을 넣고 미리 풀어 놓은 달걀을 끼얹는다.

 

이것이 익으면 실고추, 실잣, 볶은은행 등을 고명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경북지방의 두루치기는 주로 돼지고기와 김치를 이용한다. 돼지고기는 잘게 썰어 볶다가 여기에 김치를 넣고, 다시 김칫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끓인다.

 

이것이 거의 익어 가면 마늘과 파를 다져 넣고 설탕을 약간 뿌려 만들면 된다. 경북지방의 두루치기는 김치볶음과 거의 비슷하다.

 

어쨌거나 막걸리 탁자 위에는 여기저기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가 수북했다. 허연 막걸리의 참맛에 정신은 몽롱하지만 두부두루치기의 새콤하면서 매운 맛은 최고였다.

 

막걸리가 무지 그리운 오후 6시다. * 이관일 (시인,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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