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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시래기이야기]

″한 겨울 침침한 회색빛 날, 괜히 기분이 우울해질 때에는 ′시래기 강된장′에 밥 한번 비벼 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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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4-01-26 17:2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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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남은 무청을 겨우내 말린 시래기는 먹을 것 흔치 않던 시절 혹독한 겨울을 버텨낸 필수식량이었다.

 

소박하고 심지어 거칠어 보이기까지 하는 시래기가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똥구멍 찢어지도록 가난했다는 옛말이 있듯이 몇 날 며칠을 피죽 한 그릇, 갱죽 한 그릇 재대로 먹어보지 못하고 뱃가죽이 등가죽에 가서 달라붙는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이런 말이 왜 생겼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먹은 것이 있어야 변이 나오는 법, 화장실에 가서 아무리 힘을 주어도 뭐 먹은 게 있어야 나오지.,

 

그러다 보니 똥구멍이 찢어지게 아팠던 것 아닌가(?)..

 

옛날 시절을 폄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분명 모르는 말일 것이다.

 

어쨌든 한 끼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김장철에 말려둔 시래기에 보리쌀 한 움큼과 된장 한 주걱을 넣어 푹 끓여낸 시래기 한 그릇이면 온 가족이 만족했었다.

 

고기는 고사하고 멸치 하나 넣지 않아도 구수한 시래기죽은 어려운 가족들의 생명을 지켜준 귀한 음식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래기에는 독성물질의 체외배출을 돕고 장내 유익한 세균 증식작용을 하는 식이섬유소가 많다.

 

그래서 대장질환 예방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낮추는데 효과적인 식품이다.

 

시래기의 원료인 무청에는 칼슘과 철분도 많이 들어있다.

 

특히 비타민C는 같은 양일 때 귤보다 거의 2배 정도 많이 들어 있어서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시래기의 주원료인 무청이 간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 때는 시중에 시래기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

 

또 시래기 섬유질에는 장내에서 물을 함유하는 성질이 있어 변량을 늘려 준다.

 

위장관을 자극해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해 분변의 배출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발암물질콜레스테롤중성지방중금속담즙산 등을 흡착해 배설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시래기 음식의 좋은 점은 더 있다.

 

혈액의 당분농도를 생리적 수준으로 조절해 당뇨를 예방하고, 유산균비피더스균젖산균 등 유익 균의 먹이가 돼 장내 환경도 보호해 준다.

 

이렇게 옛날에는 시래기는 겨울철 서민들에게 배고픔을 해결시켜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그리고 이후 우리 사회가 절대적 가난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서 점차 잊혀져가는 음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꽁보리밥과 시래기죽 대신 쌀밥과 고기가 식탁에 넘치고, 김장 역시 직접 담가 먹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래기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얘기가 다시 옛날 얘기가 되어 가고 있다.

 

그것은 눈 오면 눈 맞고.. 비 오면 비 맞고.. 햇볕에.. 바람에.. 겨우내 얼마른 시래기가 요즘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참 아이러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누구나 건강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살 빼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은 공복감이다.

 

어떻게 하면 밥 반공기만 먹고 살찌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혹은 열량이 적은 음식을 섭취 하면서 즐겁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에 대해서 고민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해법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래기가 들어간 음식들을 자주 섭취하라고 추천한다.

 

건더기가 잔뜩 들어간 시래기국은 식이섬유소가 많아 포만감을 느끼게 하지만 열량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아주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겨우내 말린 시래기는 오래 푹 삶아 찬물에 우렸다가 각종 반찬과 찌개, 국 등을 만들어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그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촉감은 너도 나도 일품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한 겨울 침침한 회색빛 날, 괜히 기분이 우울질 때에는 시래기 강된장에 밥 한번 비벼 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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