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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심과 어긋난 지배층을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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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02-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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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민(民)을 낳을 때 민을 넷으로 구분했다. 사민(四民)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사(士)이니 이것이 곧 양반이다." 연암 박지원의 사회비판소설 <양반전>에 나오는 말이다.

박지원은 양반에 대해 "양반의 이익은 막대하니 농사도 안 짓고 장사도 않고 약간 문사(文史)를 섭렵해 가지고 크게는 문과급제요, 작게는 진사가 되는 것이다. 문과의 홍패는 길이 두 자 남짓한 것이지만 백물이 구비되어 있어 그야말로 돈자루인 것"이라고 비꼬았다. 즉 과거합격증인 홍패만 있으면 돈자루를 움켜쥘 수 있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박지원의 말을 더 들어보자. "진사가 나이 서른에 처음 관직에 나가더라도 오히려 이름있는 음관이 되고, 잘 되면 남행으로 큰 고을을 맡게 되어, 귀밑이 일산의 바람에 희어지고, 배가 요령 소리에 커지며, 방에는 기생이 귀고리로 치장하고, 뜰에 곡식으로 학을 기른다." 참으로 기가 막힌 양반의 무위도식적인 삶의 참 모습이다.

조선 후기 신분제는 크게 흔들렸다. 양반은 무소불위의 특권을 갖고 있기에 재력을 갖춘 상민들은 양반 지위를 돈으로 사고자 했다. 양반은 관직에 나가면 무위도식할 수 있고, 아무리 가난해도 백성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박지원은 <양반전>을 통해 당시 지배층의 특권의식과 횡포에 대한 비판의식을 표출했다. 예나 지금이나 '갑의 횡포'는 똑같았다. 조선 시대의 '갑'인 지배층은 현실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에 빠져 민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부정부패로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만 주력했다. 조선의 몰락은 여기서 시작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으로 맞서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잠시 넘겼지만 16일에 재격돌이 예상된다. 여야의 정쟁으로 민생의 고통은 외면당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빠진 65세 이상 노년층의 빈곤율은 48.5%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9.2%로 매월 기록 갱신 중이다.

오죽했으면 OECD가 지난 9일 "한국 정부는 근로소득세는 낮게 유지하더라도 부가가치세, 재산보유세, 환경세 등을 올려야 한다"며 "매년 10% 이상의 복지지출 증가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오히려 외국이 우리 정치인들보다 복지문제에 관심이 더 높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조선 후기 거상인 임상옥은 "재물은 물처럼 평등해야 하고, 사람은 저울처럼 곧아야 한다"며 선정을 베풀었다. 여야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인생은 산과 같이, 재물은 바다와 같이 여긴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것은 한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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