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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한자병기와 초등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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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7-01-1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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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慶洙(중앙대 명예교수)



우리 한국어는 한글과 한자로 표기해 왔다. 이 한글과 한자는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이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어를 표음문자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공용(共用)한 문자가 한국어이다. 이것이 한국 문자의 특성이다.

우리의 언어정책에서 지금처럼 한글전용만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 정책이 적절하려면, 한자를 사용했던 시기는 제외하고라도한글이 창제된 1446년부터 우리의 문자 체계가 새로이 갖추어졌어야 했다.

한문만 써 오던 문자 체계에 새로운 한글을 창제하고 보니 한자어와 고유어가 혼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훈민정음으로 한자어의 발음을 기록하여 온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관습이 굳어져 한글, 한자 어느 한 쪽만으로 완전한 한국어 표기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를 우리는 지금껏 쓰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한글도 어느 정도의 변화를 겪어 왔지만, 특히 한자는  발음, 어휘의 창출, 그리고 의미 성장 등 모든 면에서 한글과 혼용되어 상당한 변화를 보였고, 또 한자어가 우리 풍토에 적응하느라 많은 굴절을 가져왔다.
다시 말하면 독립적인 표음문자만의 특성, 또는 표의 문자만의 특성을 가진 체계에서 상당히 벗어났다. 

우리는 이렇게 훈민정음을 사용하여 한자어를 표기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곧 우리말 고유어가 이를 대체할 것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문제이지 어느 기간만 주어지면 한자어를 모두 우리 고유어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이 믿음은 변함이 없다. 한글 학자들도 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한자어에 걸맞은 고유어 발굴과 육성은 방치한 채 한자나 한자어를 한글음으로 적어 놓고 이를 고유어처럼 취급하려 한다.

오랫동안 써 왔으니 한자어의 뜻을 저절로 알게 되었고, 어원적 한자는 몰라도 문맥상 파악이 가능하다는 주장인 듯하다. 사기, 전기, 학문 등이 그 예이다.

士氣 詐欺 邪氣, 前期, 轉機, 前記, 學文, 學問의 구분을 어찌 할 것인가. 뜻은 모르면서 발음만으로 아는 척하는 반문맹인만 만들 뿐이다.

그뿐 아니라 이 어휘의 각 낱글자로 조어되는 수많은 어휘는 몰라도 되는가? 글자에 담긴 문화적, 인성적 의미는 어찌 가르칠 것인가? 이런 어휘가 우리말 사전에  70%나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한글전용만 내 세우면 완전한 정책이 될까?  고급어, 학술어에 이를수록 한자어의 빈도가 90%가 넘는다.

  이처럼 우리말은 한글과 한자를 섞어 써야 되는 문자체계이다. 이 문자체계가 훈민정음 창제 후에 새로 나타난 우리말의 구조체계이다. 한글전용만 주장하려면 이러한 체계에 대한 극복 방안을 내 놓아야 한다. 한글전용으로도 이러한 문자체계를 활용함에 부족함이 없다는 명쾌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한글 학자들의 몫이다.

 우리말과 유사한 문자체계를 가진  일본어는  어떠한가.  그들도 고심 끝에  초등 교육부터 전 국민에게 2136자의 상용한자를  배우게 하고 있다.
그들은 2차 대전의 패전 후, 서양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자기네 문자로 고수했다.  그것이 일본 정신문화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북한은 어떠한가  1949년부터 철저하게 한글전용을 해 오고 있다. 이어 그것이 잘못된 문자 정책임을 알고서 1970년부터 2000자를 필수로 배우게 하고  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우리 대한민국만이 한자교육을  방치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초등학교 교과서 개편기를 맞고 있다. 문자체계를  장학할 절호의 기회이다.
다행히 300자 내외의 한자를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싣기로 교육정책이 결정되었다.

이를 반드시 교과서 본문에 병기해야 한다.  영어를 초등 3학년부터 배우는 걸 탓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글인 한글, 한자가 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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