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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은 안중에도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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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4-05-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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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populism)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본래의 목적보다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태다.

 

또한 확고한 정책적 가치관 또는 정책의 합리성ㆍ경제성 등의 기준 없이 상황이나 민중의 뜻에 따라 그때 그때 정책을 펴는 정치행태로, 대중영합주의라고도 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공약을 발표하는데 실제로는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권력을 획득하고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 필요하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내놓고 있기 때문에 포퓰리즘의 성향을 가진 정치지도자는 매우 비급하고 위험하다.

 

포퓰리즘은 1870년대 러시아의 브나로드(Vnarod)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당시의 포퓰리즘은 ‘민중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러시아 급진주의의 정치 이데올로기였고 청년귀족들과 학생들이 농민을 주체로 한 사회개혁사상의 중심이었다.

 

이후 정치에서 ‘포퓰리즘’이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1890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인민당(Populist Party)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와 같은 포퓰리즘이라는 정치 행태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페론정권이 대중을 위한 선심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사건이다.

 

포퓰리즘은 한때 민중주의라고 했고 대중영합주의로도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온정적 접근을 추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민중을 빙자한 가진 자들의 허구적 논리인 것이다.

 

한때 세계경제 7위였던 아르헨티나의 몰락을 보면서 포퓰리즘을 생각해보자. 당시 아르헨티나의 페론대통령은 정의와 제삼의 길을 운운하며 화려한 말장난으로 중심도 원칙도 없는 빈껍데기 정책을 국민들에게 내 놓았다.

그러나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계가 걱정이었다.

 

이러한 한계적 상황에 내몰린 처지에서 페론대통령의 달콤하고 배부른 이런 정책들은 국민들의 조급한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즉 장기적으로 볼 여유가 없었고, 사회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는 일보다는 즉각적으로 실리를 얻고 당장 손에 무엇이든 잡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편승한 정치지도자들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선심성 물량공세를 퍼붓게 되는데, 저소득 계층의 임금을 올려주고 복지혜택을 늘린다는 각종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다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혜택을 보고자 했고, 이처럼 어느 누구 하나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것이 포퓰리즘의 지향점이었으니 나라가 수십 년 동안 성장을 못하게 된 직접적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바로 태국의 그것이다.

 

“화려한 외모와 언변, 겸손한 태도, 정치 신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풋풋함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두고 태국의 언론들이 했던 말이다. 2011년 7월 잉락은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에 당선됐다.

 

잉락은 치앙마이대학 정치행정학부에서 공부했고,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부동산개발업체 경영이 사회생활의 전부였고 공직경험도 없었던 그녀가 정계에 입문한 지 2달여 만에 총리에 당선된 것이다.

 

겨우겨우 이긴 것이 아니었다. 무려 1140만표 차이로 이겼다.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후광이 아무리 컸다 손치더라도 정말 대단한 성과였다. 하지만 이것은 성과가 아니라 대표적 포퓰리즘의 망령이 태국을 덮어버린 ‘성과 아닌 성과’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공약으로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태블릿PC 무상 지급,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쌀 수매, 일용직 노동자 최저임금 두 배 인상, 채무상환 유예 등을 내 걸었다. 공약 중 앞의 두 개는 정부의 몫이고 뒤의 두 개는 민간에 부담을 떠넘겨버린 것이다.

 

특히 이중 곡가제는 정부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일용직 노동자와 학부모, 농민(전체 인구의 38% 내외로 추정)의 표를 싹쓸이하겠다는 전략 앞에서는 아무른 소용이 없었다. 또한 명분도 그럴싸했다. 태블릿PC로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거나 농가소득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약이 문제가 되었다.

 

임락은 집권은 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잉락 총리의 취임 후 시세보다 10% 가량 비싸게 쌀을 수매하면서 태국 정부가 안게 된 재정 부담만도 43억달러(4조3000억원)가 됐다. 재원은 곧 바닥을 드러냈고 지난해 말부터 앞서 수매한 쌀에 대한 대금 지급이 중단됐다.

 

급기야 지지층인 농민들까지 방콕으로 몰려와 지급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이는 촌극이 벌어졌다. 또 예산 문제로 올해부터 무료 보급 대신 태블릿PC를 살 수 있는 ‘3000바트(약 10만원) 쿠폰’을 지급하는 쪽으로 수정됐다.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공약(空約)의 말로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아르헨티나와 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포퓰리즘은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정치적 뇌물’이라는 것이다. 다만 유권자의 높은 지력(知力)과 의식만이 나라가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곧 지방선거가 시작된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마치 죽음의 그림자처럼 우리 사회에 퍼져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유권자들이 가장 조심하고 두려워 할 것이 포퓰리즘이고 이런 정책을 선호하는 정치 지도자들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이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고 나라살림은 안중에도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망령은 어쩌면 이미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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