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냉장고, ‘풍혈지’.. 기후위기 시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거점
산림청 국립수목원, 21일 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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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광식 기자 작성일 25-08-22 13:07본문
사진) 밀양 '어름골' 모습
사진) 밀양 '어름골' 열화상 드론 촬영 모습
사진) 밀양 '어름골' 모습
‘풍혈지’가 기후위기 시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거점이다.
이 곳은 여름철에도 지하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오는 독특한 지형이다.
일반 산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ㆍ특산식물과 기후민감종이 살아가는 특별한 서식처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풍혈지에서 지속적인 생물상 조사와 생태 연구를 하고 있는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21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수목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풍혈지’ 자생종은 모두 1204종이다.
이 가운데에는 ▲희귀식물 82종(예: 월귤, 흰인가목) ▲특산식물 61종(예: 병꽃나무, 백운산원추리) ▲북방계 식물 212종(예: 돌단풍, 야광나무) 등이 포함됐다.
우리나라 대표 풍혈지인 밀양 ‘어름골’은 무더운 여름에도 어름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여름철 한낮에 풍혈지 내부와 외부의 온도가 20~30도까지 차이가 난다.
여기에서는 희귀식물 8종과 특산식물 13종 그리고 북방계식물 37종 포함해 모두 236종의 식물이 조사되고 있다.
이 중 ‘꼬리말발도리’는 우리나라 희귀ㆍ특산식물이면서 국가적색목록 취약종(VU)으로 등재 돼 있어서 보호가 필요한 식물이다.
또 기후변화에 민감한 북방계식물인 ‘주저리고사리’는 풍혈지의 보전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한편 최근 풍혈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탐방객 증가에 따른 생태적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탐방로 붕괴, 무분별한 출입과 식물 채취 등으로 인해 식물군락이 실제 감소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경북 의성ㆍ전북 진안ㆍ강원 정선 등 풍혈지에서는 생태계의 퇴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수목원은 ▲출입 제한 및 보호구역 설정 ▲정밀조사 및 모니터링 강화 ▲생태해설 프로그램 강화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풍혈지가 지닌 ‘생물서식지’와 ‘경관 자원’이라는 이중적 특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수목원은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풍혈지를 대상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 맞춤형 보전 전략을 수립을 위해 조사와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국립수목원 임영석 원장은 이와 관련 “풍혈지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생태적 피난처이며,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생물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했다.
이어 “지속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산림자원을 보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