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겸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세 박자가 모두 끊긴 연천군 관광의 민낯!
“왔으나 머무르지 못한 도시, 연천”– 보고 먹고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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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7-25 12:17본문
연천군은 천혜의 자연과 선사시대 문화유산을 동시에 품은, 경기도 최북단의 숨은 보석이다. 한탄강의 기암절벽, DMZ의 평화 생태지대, 전곡리 유적이라는 세계적인 구석기 유산까지 보유한 이곳은 지리적·역사적으로 분명한 매력을 지닌 지역이다. 그러나 “왔다가 그냥 가는 도시”, 연천의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보고-먹고-자고’라는 관광의 기본 삼박자가 전혀 맞춰지지 않고 있다.
첫째, 관광의 3박자 즉, ‘보고 먹고 자고’가 실종되어 있다. 보고: 스쳐 지나가는 유산
볼거리인 전곡리 유적, 한탄강 주상절리 등은 ‘보고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이동 동선의 단절, 스토리텔링 부족, 주변 인프라 미비로 인해 관광객 체류 시간은 매우 짧다.
구석기 축제 외에 유적과 연계된 콘텐츠는 거의 없으며, 상설 운영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먹거리로 연천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가 실종되어 잇다는 점이다. 춘천엔 닭갈비, 의정부엔 부대찌개가 있다면 연천은 무엇인가? 지역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대표 먹거리 브랜드가 사실상 부재하다. 최근 ‘주먹도끼빵’이나 전통음식 10종 개발 계획이 거론되지만, 지역 정체성과 관광객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을 만한 기획력과 대중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로컬 푸드의 ‘창조적 재해석’ 없이 단순한 개발에 그치고 있다.
잠자리에인 숙박 인프라가 부재하다. 연천군 중심부에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준의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펜션·게스트하우스 모두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황이다. 숙박과 연계된 야간 콘텐츠 부재도 문제다. 밤에는 사실상 '관광 사막'이 이루어 지고 있다.
둘째, 구조적 문제로 ‘구석기 축제’에만 갇힌 연천의 문제점이다.
연천군은 수년째 ‘구석기 축제’에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해왔다. 물론 세계적인 고고학 유산을 기념하는 축제의 의미는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외에는 관광에 대한 연천군의 비전과 전략이 실종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다계절형 관광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어디에도 ‘지속적인 체험형 콘텐츠’가 없다. 또 연천만의 관광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DMZ, 자연, 역사, 생태 등 무엇을 중심에 두고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부족하다. 문화와 음식의 연결도 단절되어 있다. 타지역은 전통시장, 먹거리, 문화공연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데 성공했지만, 연천은 각자 따로 논다.
셋째, 관광정책의 과제는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체류형 생태관광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번 경기도의 ‘음식관광 공모사업’에서 연천군은 ‘주먹도끼빵’과 ‘지역 전통음식 10종’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를 시도한다고 밝혔지만, 단발성 아이디어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렵다. ‘스토리 있는 먹거리’가 필요하다: 연천의 역사·민속·DMZ 이야기와 연결된 음식이 개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박 2일 체류형 코스’가 필요하다. 먹거리-체험-숙박이 연결된 관광 루트가 절실하다. 또 ‘청년 참여형 콘텐츠’ 육성이 필요하다. 연천 지역 청년들이 음식, 관광, 문화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관광은 머무르게 하는 예술이다.
관광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볼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붙잡는 기술이다. 연천은 오랫동안 그 가능성을 보유해 왔지만, 관광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철학이 부족했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실질적으로 군민의 소득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체류형 관광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천은 더 이상 '지나가는 도시'가 되어선 안 된다. 보고, 먹고, 자고 – 세 박자가 갖춰진 관광도시로 거듭나야 한다."